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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댁의 시골살이

남편이 부업으로 얻어오는 것

뮤즈 산들무지개 2016.09.15 19:58

어느 추운 겨울, 남편은 들뜬 마음으로 행복에 겨운 얼굴로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산똘, 오늘 뭐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어?" 남편은 손에 들고 온 무엇인가를 보물이라도 되는 양 소중하게 펼쳐 보였다. 내 눈에는 이상하다 못해 요상하게 보이는 물건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 귀하다던,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라는 트러플이었다. 



산골살이의 묘미, 트러플


그냥 한 눈에는 돌덩이로 보였다. 흙이 묻어 지저분하고 시커멓게도 볼품없는 저 모양새로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게다가 은은하게도 희한한 냄새가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묘사할 수도 없는 이 냄새에 난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남편을 쳐다봤다.


“도대체 이게 뭐야?”


“응, 부업하고 받아온 물건이야.”


아, 이 남자의 부업이란! 부업하고 좀 머니(money)를 받아 오면 얼마나 좋으련만, 이 남자에겐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 보다는 ‘인정’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부업을 하고 받아오는 건 머니가 아니라 인정이었으니, 부업을 통해 시골 삶에 경제적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남편이 하는 주 부업은 인터넷 안테나를 설치해 주는 일이다. 또 작은 부 부업은 마을 이웃이나 노인을 위한 크고 작은 일을 도와주는 일이다. 사실 부업이라기보다는 이웃을 도와주는 선의의 행동이라고 보면 되겠다. 무거운 짐을 들어주거나, 고장 난 물건을 고쳐주거나, 응급 상황 때는 구급차도 몰거나, 이것저것 등등. 남편의 부업은 다양했다.


그래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남편은 ‘돈’보다는 ‘노동교환’, ‘재능 기부’ 같은 형태로 받는 걸 좋아했다. 어떤 이웃은 무너진 돌담을 수리해주거나, 어떤 이웃은 아이들을 보살펴 주거나, 어떤 이웃은 자신이 재배한 채소를 주는 형태였다. 자고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정에 따라 그때그때 적당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듯했다.


 


그날도 선의의 행동으로 부업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위, 마을로 향하는 마르셀리노 할아버지를 차에 태워 드렸다고 한다. 그리고 모셔드린 김에, 할아버지의 개집 지붕 한 귀퉁이가 낡아 새로 고쳐 드렸다고도 했다. .평소 개들을 데리고 산책을 즐기시는 마르셀리노 할아버지는 그날 고마움의 표시도 이 시커먼 물건을 남편에게 주신 것이다


“난 이게 맛도 없는 게…… 왜, 왜 외지인들은 이것을 좋아하는지 몰라.”


그렇게 남편이 보물처럼 소중히 가지고 온 것은 평소 말로만 듣던 트러플(truffle, 서양송로버섯)이었다.


“아! 이것이 바로 세계 3대 진미에 속하는 트러플이란 것이지?”


처음 보는 트러플은 참 신기했다. 작은 골프공 크기의 진한 향이 진동하는 이 작은 땅속 버섯이 그렇게 가치가 있는지 말이다. 알고 보니, 18세기 프랑스 대법관이자, 미식가인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이 제일 좋아하던 버섯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이 검은 트러플(학명, tuber melanosporum)을 ‘부엌의 흑 다이아몬드’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석, 보석하는구나.”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 트러플에 대해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이 고산이 트러플 생산지라니! 정말 신기해. 내가 사는 곳이 말이야.”


나는 남편에게 감탄의 환호를 질러댔다. 미식가들은 없어서 못 사 먹는다는 이 고가의 트러플이 내가 사는 곳에서는 그저 평범하게 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마치 이곳에서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저 시커먼 버섯이 사실은 보석이라는 사실이, 내 삶의 모습 같기도 했다. 부족하기 짝이 없는 이 고산의 삶이 사실은 보석과도 같은 삶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 다음 날 아침, 남편은 냉장고에 강한 향을 남긴 트러플을 꺼내어 세상에서 가장 평범하지만, 보석과도 같은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우리 집 닭장에서 가져온 신선한 달걀을 프라이팬에 구워내고 그 위에 푸짐하게 트러플을 갈아 올렸다. 사실 보기에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아침 식사였다.


“이 요리가 이런 가치를 발휘할 줄이야.”


나는 스스로 날개옷 잃은 한국 선녀라고 내 상황을 우울하게 묘사하기도 했는데, 이 고산은 내가 미처 알지 못한 소중한 삶의 한 부분임을 이날 깊이 느꼈다. 나는 날개를 잃은 것이 아니라, 내 날개를 이곳에 잠시 접고 사는 중이라고……

트러플의 희귀성 때문이 아니라, 값비싼 트러플이 이곳에서는 일상의 평범함이라는 것을 그때 느꼈기 때문이다. 내 삶도, 내 이웃도, 내 남편도…… 사실은 내 일상에서 빛나는 평범함이지만, 사실은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것이라고……  


우리가 목적하는 삶은 뭐니 뭐니해도 머니(money)가 아니라, 이 일상의 그 평범한 소통이 아닐까 싶다. 서로 필요한 부분은 채워주고, 돈이 없어도 인정이 먼저이며, 이웃이 어려울 때 스스로 손을 내밀어 도와주는 행동과 내가 어려울 때 부담 없이 이웃을 부를 수 있는 환경들, 인간이 인간이 되어 빛나는 그 보석을 우리는 현대 문명 안에서 너무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나는 이런 시골 생활로 인해 인간 본성의 어떤 보석을 발견한 듯했다. 시골이라고 인심이 좋은 것이 아니라, 느린 시골 생활이 인심을 키워나간다는 것을 도시에 살던 우리 부부는 이제 깨달아가고 있다. 땅속에 있어서 보이지 않지만 진한 향기를 내는 버섯 트러플처럼, 산속에 묻혀 있지만 큰 인정의 향기를 내는 ‘인간 트러플’들이 이 고산에는 가득하다. 보석처럼 빛나는 이 고산의 삶, 그 향이 아주 짙게 우리의 일상으로 파고든다.


2016년, [전원생활] 2월 호




6 Comments
  • 프로필사진 프라우지니 2016.09.16 04:13 신고 인정에서 트러플 향기가 나는 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엄영희 2016.09.17 01:13 신고 지금 나의 부족한 삶이 내인생의 보석 같은 삶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에 감동하고 있습니다~^^
  • 프로필사진 세레나 2016.09.17 02:51 신고 트러플이 스페인 현지에선 정말 만원도 안될정도로 싸다고 들었어요. 반면 한국에선 몇십만원...금값보다 비싸고 구하기 힘들다고 하니 그런 보석을 바로 근처에서 많이 볼수 있고 먹을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한일이기도 할거 같아요. 남편분께서 참 부지런한 분이신거 같아요. 본받을점이 많은분 같아요.시간날때마다 정말 맹목적인 돈벌이가 아닌 서로 나누고 소통하는 삶을 실천하시는거 같아요. 보석같은 일상을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 참나무집이 부럽기도 하네요. 도시생활에선 잃어가고 있는 감성과 여러 자각을 느리지만 온전히 평범한 일상에서 보석을 찾는 자연속에 삶이 한편 부럽기도 합니다. 추워지고 있지만 세 공주님들과 종이사탕같은 유기농 맛사탕을 만들며 오손도손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
  • 프로필사진 저예요 2016.09.17 09:55 신고 방송에서트러플이라고해서
    살짝보기만했는데
    그귀한것을계란후라이위에 ㅋ~~
    아주심플하신남편분이신것같아요
    거기에함께같은곳을바라보며사는산들씨^^
    내려놓음속에주시는행복을
    이곳에서바라봅니다
    하루하루최고의날을만들며사시길~~^^
  • 프로필사진 힐링커피공방 2016.09.17 11:14 신고 ^^ 가슴에 와닸습니다. 제가 있는 한국의 지방엔 가을비가 소복히 오고 있어요. 메마른 대지에 적셔지는 빗줄기처럼 산들무지개님의 글로 행복해집니다. 날개를 접은 선녀..^^
    아름답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프로필사진 올리브♡뽀빠이 2016.09.17 17:59 신고 추석연휴 시간이나 인간극장 방송보고
    스페인시골에서 예쁘게 살아가는 모습봤어요
    앞으로도건강하게예쁘게사는모습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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