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마음 적시는 봄 안개비
새벽부터 내리는 이 안개비......
비를 머금고 포근히, 엄마의 손처럼 천천히 감싸는 이 안개의 품
대지의 흙은 진한 커피 향 흑갈색으로 변했고,
겨우내 바람에 시달렸던 누런 풀은 어울리지 않는 오렌지로 변했다.
하루쯤은 그렇게 진한 변신은 괜찮겠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자리한 천 년 묵은 참나무는
그 웅장한 피부가 더 매끈해진 것 같다.
그런데 이 참나무 혼자가 아니었어.
스캐너하는 안개비로 조금 그 속내가 엿보이는걸......
표면에 묻은 이끼는 선명한 푸른 청동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맞다, 빛으로 반사되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껍질엔 무수한 상처도 보였다.
방해하지 않고 가만히 기대어 보고 싶었지.
천 년 묵은 이 나무, 절대 혼자가 아니었다.
표면 사이로 왔다 갔다 하는 살아있는 것들도 보였어.
상처에 난 많은 이야기도 느껴졌어.
내 마음도 오늘 봄 안개비로 푹 젖는다.
서랍속 마음에 묻혀있던 빛바랜 향수와 추억이
선명한 색깔로 젖어오고 있다.
그래, 나도 절대 혼자가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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